매일경제 2009년 04월 20일 월요일
A01면 종합
국민연금 ‘거수기’ 거부
주총 안건 반대 6.4%…5년새 4배 높아져
“계열회사 임직원이거나 출석률이 낮은 사외이사를 반대한다. 주식가치 희석시키는 전환사채한도 늘리지 마라. 황금낙하산 안 된다.”
그동안 거수기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국민연금이 이렇게 주식시장 감시자(워치독, watchdog)로 변했다. 매일경제가 19일 국민연금이 올해 1~3월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 1631건(345개사) 공시를 분석한 결과 반대표는 104건에 달했다. 반대 비율이 전체 안건의 6.4%로 2004년(1.4%)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국민연금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컨대 두산의 박용성 이사 선임에 대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이력이 있다’고 해서 반대했고,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대규모 상환우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권리 훼손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정관 변경을 반대했다.
또 국민연금은 △이사․감사의 보수한도가 과다하거나 △최근 계열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임원 △장기 연임하거나 출석률이 낮은 사외이사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이 과도하고 △스톡옵션을 많이 부여하는 경우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자체적으로 만든 의결권 지침에 따라 기업들의 지배구조 ‘취약점’을 꼬집고 있다. 이는 모두 외부에 공시되고 있다.
비록 지금은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지분율이 낮아 주주총회 결과를 바꾸지 못하지만 앞으로 연금자산 규모가 커지면 영향력도 늘어나게 된다.
기업들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연금이 너무 기계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하소연했다.
의결권 행사전문위원인 송종준 충북대 교수는 “기관투자가가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소액주주 의견이 무시되고 경영진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전권을 휘둘러 불신이 커지면 기관투자가들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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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