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 번호
- 2045248
- 작성일 :
- 2020-12-06 15:36
- 작성자
- 박재삼문학관
- 조회수 :
- 227
진달래꽃
박재삼
한 이십몇 년 전 사업(事業) 실패한
울아버지 상(相)을 하고
이 강산에 진달래꽃 피었다.
목젖 떨어지는 곡(哭)은 남 부끄럽던가.
죄 없는 가려운 살을
긁어버려 긁어버려 벌건 피를
내 콧물 흘린 소견으로 보던 것이나,
시방 눈부신 햇살 속에 진달래꽃을
흐리게 멍청하게 보는 것이나.
안 어기고 돌아오는 어지러운 봄을 두고
앞앞이 말 못하고 속속들이 병들어
울아버진 애터지고
진달래꽃 피던가.
일본 동경 갔다가
못 살고선 돌아와
파버리지도 못한 민적(民籍)에 가슴 찢던
이 강산에 진달래꽃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