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봉준(全琫準)의 기포(起包)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동학은 제폭구민을 제창했는데도 지방관리의 가렴주구는 그칠 줄을 모르고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趙秉甲)은 특히 심하였다고 한다. 그는 고종 29년(1892) 겨울에 고부군수가 되어 부임한 날로부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민재를 끌어 모으기 시작하여 수백만 냥을 편취하고 그래도 부족하여 다음해(1893)에는 만석보 개수공사를 일으켜 군민들을 무임으로 사역하고도 오히려 불법수세 7백여 석을 징수하여 착복하였다. 이에 동군의 동학접주 전봉준이 고종 31년(1894) 정월에 민란을 일으켜 군아를 포위하고 시정을 요구하니 이것이 첫번째 있는 정월기포이다. 그러나 전라감사 김문현(金文鉉)은 조병갑을 파출하고 민폐시정을 약속함으로써 모두 해산하였다. 그런데 전라도 고부에서 전봉준이 민란을 일으켜 군수 조병갑이 파출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조정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조병갑을 다시 유임시키는 동시에 장흥부사 이용태(李容泰)를 안핵사로 임명하여 난민의 죄를 다스리게 하였다. 이에 이용태는 역졸 8백명을 거느리고 난에 가담한 사람들을 모두 동학당이라 하여 구금토록 하였다. 그러자 그 역졸들은 오히려 사방에 흩어져 민재를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겁탈하는 등 온갖 만행을 자행하므로 전봉준은 의분을 참지 못하여 보국안민을 부르짖으며 3월 21일에 다시 일어나니 이것이 곧 3월 기포이다. 그리하여 고부군 내의 원민(寃民)과 동학은 말할 것도 없고, 전라도 각지의 동학접주가 모두 기포하여 각 고을의 군아와 부호들을 습격하였다. 이에 조정에서는 홍계훈(洪啓薰)을 양호초토사에 임명하여 경군 8백 명을 데리고 가서 동학란을 토벌토록 하였으나 홍계훈이 도착하기 전에 4월 6일에 황토현(黃土峴)에서 또 패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충청도 회덕에서는 동학취회로 소란했고 영남의 김해에도 민란이 터져 부사 조준구(趙駿九)가 인부(印符)를 빼앗기고 축출되는 등 실로 삼남지방 전역이 불안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조정에서는 크게 당황하여 4월 18일에 고부군수 조병갑을 의금부로 잡아 올리고 전라감사 김문현, 안핵사 이용태, 굴전사 김창석(金昌錫) 그리고 민폐를 많이 끼친 호남 전운사 조필영(趙弼永)을 파면하는 등 사태를 수습코자 하였으나, 드디어 4월 28일에 전주성이 함락되는 등 10여 군현이 동학당에 의해 함몰되고 말았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조정에서는 하는 수 없이 신임감사 김학진(金鶴鎭)으로 하여금 동학당과 화해하게 함으로써 전봉준이 이를 받아들여 5월 7일에 전주성을 감사와 관군에게 넘겨주고 (관군의 입장에서는 5월 8일에 수복) 물러났다.   그 때 동학농민군은 전라도 53주에 집강소를 설치하고 민관서정을 주도할 때 그들이 제시한 폐정 개혁안을 실천에 옮겼다.   폐정개혁안 12개 조항(오지영저, 동학사)   ① 도인(道人)과 정부 사이에는 묵은 감정을 씻어 버리고 서정에 협력할 것.   ② 탐관오리의 죄목을 조사하여 하나하나 엄징할 것.   ③ 횡포한 부호들을 엄징할 것.   ④ 불량한 유림과 양반들을 징벌할 것.   ⑤ 노비문서는 태워버릴 것.   ⑥ 칠반천인의 대우를 개선하고 백정(白丁) 머리에 씌우는 평양립(패랭이)을 벗게 할 것.   ⑦ 무명잡세는 모두 폐지할 것.   ⑧ 청춘과부의 재혼을 허락할 것.   ⑨ 관리 채용은 지벌을 타파하고 인재 위주로 할 것.   ⑩ 왜적과 내통하는 자는 엄징할 것.   ⑪ 공사채를 막론하고 지난 것은 모두 무효로 할 것.   ⑫ 토지는 평균으로 분작하게 할 것.   갑오년 10월 6일(음력 9월 8일) 일본군이 진주에 파병되어 있을 무렵 호남지방에서 하동을 점거한 동학군은 진주를 점거하여 10월 8일(음력 9월 10일) 진주에서 추적을 당하여 곤양으로 옮기면서 재차사통(再次私通)이라는 통문을 작성, 각 동리에 보냈다.(즉 주한일본공사관 기록에 의함)   그리하여 그는 그 화의에 의해 설치된 전라도 내 53개 군현의 집강소를 순행하면서 그들을 위로 격려하였다. 한데 이 3월 기포 기간 중 4월에는 서부 경남에서도 기포했던 것으로 나타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