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4월령 4월이라 맹하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별이 나니 일기도 청화(淸和)하다.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로 울고, 보리 이삭 패여나니 꾀꼬리 소리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잠농(蠶農)도 방장(方長)이라 남녀노소 골몰(汨沒)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寂寞)한 대사립을 녹음(綠陰)에 닫았도다. 면화를 많이 가소 방적의 근본이라. 수수 동부 녹두 참깨 부룩을 적게 하소. 갈 꺽어 거름할 제 풀 베어 섞어 하소 무논을 써어리고 이른모 내어 보세. 농량(農糧)이 부족하니 환자(還子) 타 보태리라. 한 잠 자고 이는 누에 하루도 열두 밥을, 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이리라. 뽕 따는 아이들아 홋그루 보아 하여 고목은 가지 찍고 햇잎은 제쳐 따소. 찔레꽃 만발(滿發)하니 적은 가물 없을소냐. 이 때를 승시(乘時)하여 나 할 일 생각하소. 도랑 쳐 수도(水道)내고 우루처(雨漏處) 개와(改瓦)하여 음우를 방비(防備)하면 훗근심 더 없나니. 봄낳이 필무명을 이때에 마전하고 베모시 형세(形勢)대로 여름 옷 지어 두소. 벌통에 새끼 나니 새 통에 받으리라. 천만(千萬)이 일심(一心)하여 봉왕(蜂王)을 옹위(擁衛)하니 꿀 먹기도 하려니와 군신분위(君臣分義) 깨닫도다. 파일(八日)에 현등(懸燈)함은 산촌(山村)에 불긴(不緊)하나 느티떡 꽁찌니는 제때의 별미(別味)로다. 앞 내에 물이 주니 천렵(川獵)을 하여 보세 해 길고 잔풍(潺風)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벽계수(碧溪水) 백사장(白沙場)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수단화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촉고(數罟)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반석(盤石)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끊여내니 팔진미(八珍味) 오후청(五侯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