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3월령 3월은 모춘(暮春)이라 청명(淸明)곡우(穀雨) 절기로다. 춘일(春日)이 재양(載陽)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소리 각색(各色)이라. 당전(堂前)의 쌍제비는 옛집을 ?아오고 화간(花間)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 기니 미물도 득시(得時)하여 자락(自樂)함이 사랑홉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白楊)나무 새잎 난다. 우로(雨露)에 감창(感愴)함을 주과(酒果)로나 펴오리라.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풍비(豐備)하여 때 마추어 배불리소. 일군의 처자(妻子)권속(眷屬)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후(厚)한 풍속 두곡(斗穀)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묘판하고 그 나머니 삶이하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弱)한 싹 세워 낼제 어린아이 보호하듯. 백곡 중 논농사가 범연(泛然)하고 못하리라. 포전(圃田)에 서속(黍粟)이요 산전(山田)에 두태(豆太)로다. 들깨모 일찍 붓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그루를 상환(相換)하소. 보리밭 매어 놓고 못논을 되어 주소. 들농사 하는 틈에 치포(治圃)를 아니할까. 울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으고, 담 근처에 동아 심어 가자(架子)하여 올려 보세. 무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색색(色色)이 분별하여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 막아 계견(鷄犬)을 방비(防備)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외밭은 따로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 반찬 이밖에 또 있는가. 뽕 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었구나. 어와 부녀들아 잠농(蠶農)을 전심(專心)하소 잠실(蠶室)을 쇄소(灑掃)하고 제구(諸具)를 준비하니 다래끼 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 하소 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목을 접(接)하나니 단행(丹杏) 이행(李杏) 울릉도(鬱陵挑)며 문배 참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사느니. 청다래 정릉매는 고사(古査)에 접을 붙여 농사를 필(畢)한 후에 분(盆)에 올려 들여놓고 천한(天寒)백옥(白屋) 풍설(風雪) 중에 춘색(春色)을 홀로 보니 실용(實用)은 아니로되 산중의 취미로다. 인가(人家)의 요긴한 일 장 담는 정사(政事)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갗추 하소 전산(前山)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香菜)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랒 어라리를. 일분(一分)은 엮어 달고 이분(二分)은 묻혀 먹세. 낙화(洛花)를 쓸고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산처(山妻)의 준비함이 가효(佳肴)가 이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