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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현향토사

2. 호랑이와 봄처녀   이 이야기는 별로 먼 오래전이 아닌 한 백여 년 전에 있었던 전설이다. 신덕인지 주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마을 처녀들이 봄놀이도 즐기고 나물도 캐기 위하여 와룡산으로 모처럼 나들이를 나섰다. 고만고만한 나이의 아릿따운 처녀 다섯이 들길을 건너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산으로 향했다.    맨앞은 빨강댕기, 둘째는 빨강노랑댕기, 셋째는 노랑댕기, 넷째 노랑파랑댕기, 다섯째는 파랑댕기의 처녀가 사뿐사뿐 걸어갔다. 그들의 작은 예쁜 광주리에도 색띠를 매고 있었다. 차례대로 빨강띠, 빨강노랑띠, 노랑띠, 노랑파랑띠, 파랑띠가 바람에 휘날리면서 줄을 서서 가고 있었다. 새들도 그들 머리 위를 포롱포롱 날며 함께 갔었다.    산에 다다른 처녀들은 양지바른 곳을 골라 가면서 냉이, 씀바귀, 고들빼기, 쑥 할 것 없이 나물을 캐었다. 색띠가 달린 광주리에 소복소복 눌러가면서 담았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였다. 콧노래도 부르고 반듯한 소리도 불러댔다. 개울물이 장단을 맞추고 산들바람이 시김새를 돋구기도 하였다.   나물을 다 캔 큰 애기들은 개울가로 내려갔었다. 둑에는 나물광주리 다섯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리고 광주리마다 나물위에는 산복숭아꽃, 진달래, 동의나물꽃, 제비꽃, 둥글레꽃이 곱게 곱게 얹혀 있었다.   다섯 처녀는 바위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고 희디 흰 발들을 물에 담갔다. 탁족이라고 하는 ‘다리씻이’로 봄맞이를 하는 것이었다. 옥으로 다듬은 듯한 열 개의 발위를 물이 미끄러지듯 흐르고 있었고 그 위를 다시 햇살이 동글동글 흩어지고 방울방울 모여들기도 하였다. 그러면 예쁜 발들은 조물조물 작은 짐승의 몸놀림처럼 설레는 것이었다.   봄맞이의 보람이 그들 다섯 처녀의 가슴에 밀려들었으며 다들 말을 잃고 봄 생각에 깊이 잠겨 있었다. 사방으로 다만 물소리뿐이었으며 이따금 벌 소리가 잉잉댈 뿐이었다.   소로록 잠이 들것도 같았는데 바로 그때 “야옹”하고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니 꼭 고양이 같은 작은 새끼 짐승 한 마리가 바위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곤 개울에다 입을 대고는 물을 마시는 게 아닌가.   “야! 고양인가 봐”   “참 귀엽기도 해라”   다섯은 그렇게 말하면서 새끼 짐승을 안아 올렸다. 빨강 댕기는 두 손으로 두 손으로 떠받들고 있었고 빨강노랑댕기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고 노랑 댕기는 코끝에 뽀뽀를 해주고 파랑댕기는 꼬리를 매만져 주고 있었다. 새끼 짐승은 목안으로는 “꼬르륵” 소리를 내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기쁜 듯이 “야옹”거리기도 하였다.   다섯은 번갈아 가면서 새끼 짐승을 가슴에 품어 보았다. 맨 끝으로 파랑댕기가 품어주고 있는데 난데없이 큰 짐승소리가 났다.   “으흥”

  큰 호랑이가 둑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미호랑이는 미리부터 와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처녀들은 새끼 짐승에 넋이 팔려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처녀들이 제 새끼를 끔찍이도 이뻐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는 하도 흡족해서 “애들아 고맙다” 하면서 살포시 웃는다는 게 그만 “으흥”하고 만 것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 이쁘다면 좋아한다는데 하물며 호랑이야 오죽 하였겠는가. 하지만 호랑이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노여울 때나 ‘으흥’ 소리 밖에 못한다는 것을 처녀들이 알 리가 없었다. 혼이 난 처녀들은 날 살리라! 하고 줄행랑을 놓았다. 소리도 못 지르고 냅다 달리면서 엎어지고 구르고 하면서 죽자 사자 내뺐다. 나물 광주리를 내팽개친 것도 신발을 잃어버린 것도 미처 모르고 냅다 뛰었다. 빨강댕기, 빨강노랑댕기, 노랑댕기, 노랑파랑댕기, 파랑댕기도 덩달아서 휘날리고 펄럭거렸다.   호랑이는 새끼를 다독거리고는 그 광경을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었다. 제 마음을 못 알아주는 큰 애기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억울하기도 해서 다시 한번 더 “으흥”하고 소리를 크게 내었다.   처녀들은 더욱 혼비백산하여 뛰어서 다들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가쁘게 숨을 할딱이는 것을 달래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러고는 처녀들은 밤새 호랑이 울음의 가위에 눌려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잠을 설쳤는데 어찌어찌하여 다음날이 밝았다.   처녀들은 마루 끝에 앉아 뜰을 내려다보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사립문 가에 나물 광주리가 다소곳하게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빨강댕기 처녀집에는 빨강띠 두른 광주리가, 빨강노랑댕기 처녀집에는 빨강노랑띠 두른 광주리가, 노랑댕기 처녀집에는 노랑띠 두른 광주리가, 노랑파랑댕기 처녀집에는 노랑파랑띠 두른 광주리가, 파랑댕기 처녀집에는 파랑띠 두른 광주리가 어김없이 각각 놓여져 있었다. 나물도 본래대로 소복소복 담겨져 있었고 나물 위에는 산복숭아, 진달래, 동이나물꽃, 제비꽃, 둥글레꽃이 갓 피어난 듯 생생했다. 처녀들은 각기 제 광주리를 품에 쓸어안았다. 이젠 호랑이의 속내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약속이나 하듯 다들 와룡산 새섬바위 봉우리 쪽을 우러러 보았다.   “으흥”   우람한 봉우리 끝에서 이쪽을 보고 그렇게 응답하는 어미 호랑이 소리가 들려왔다.   “으흥”   “으흥”   “으흥”   “으흥”   “으흥”   다섯 처녀들도 크게 호랑이 울음 흉내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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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16-06-23 16: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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