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歲慕齋記 ㆍ소재지 : 무고리 원동 舊昆陽治西有村曰舞鼓洞後負理明山之崢嶸窈窕前把金鰲山之嵯峨端淑東接晋陽之澄湖西枕河陽之蟾江山轉水廻松茂桂叢泉甘野沃桑翠梓老正賢人接遲之所余每過而欽其泉石之爽塏也.今爲盆城裵氏之世庄焉而居人多俊乂而淳厚古家之遺風餘韻也.裵君在桂忠臣好古素善余而從遊者久矣日造而拜告曰我九代祖考處士府君諱漢文公奠居是洞者世且遠矣後仍人微食貧常欲爲肯搆肯堂用齋宿講敦肄業之所而力綿末遑也今焉世異前昔西歐風潮濫於東土凌夷吾邦數千年鄒魯之美風良俗而人情踈薄罔知爲先之道皆汲汲於名之際有志之烏得而不悼傷哉乃於今春廣詢諸族各自血肩担之而出若干資 爲公經始一舍廚庫咸備而不得爲奢華靡僅具面貌而已㧾而扁之曰歲慕請吾丈惠而爲記也.余不能言者久乃復之曰凡爲後昆者築室而祭先祖皆出於追遠報本之道也,春雨露旣濡君子怵惕履之秋霜露旣降君子悽愴履之夫以二物之感爲其心久而不忘于以供蠲吉而資齊宿焉行原野之祭于以紏合宗族講敦敦和睦而致花樹藹然之義益究烈祖之懿行潛德聿修厥德而無忝所生則庶可以盡追遠報本之道而副於初創之義矣盍相與勉旃 檀紀 4318年 乙丑 月 日 晉山 河東根 記 烏川 鄭直敎 書

세모재기   옛 곤양군 치하의 서쪽에 무고동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뒤에는 이명산이 높이 솟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고, 앞에는 금오산이 깎아 세운 듯 솟아 올라 단아하고 맑은 기운을 내뿜고 있다. 동쪽으로는 진양호반이 있고 서쪽으로는 하동 섬진강을 끼고 있다. 산 구비 물 돌아 솔은 푸르고, 울창한 계수나무, 달콤한 샘물과 기름진 들판이 있고 푸른 뽕나무와 늙은 가래나무가 있었으니 현인(賢人)이 머물 곳이다. 내가 여러 번 이곳을 다녀갔는데 사람마다 물 좋고 땅 좋아 살기 좋은 곳이라고 감탄하는 소릴 들었다. 지금은 분성배씨(盆城裵氏)가 대대로 사는 고장이다. 사람들이 모두 어질고 순후(順厚)하여 고가(古家)의 풍채가 있다. 배군 재계(在桂)가 충성스럽고 옛것을 좋아하고 또 나를 좋아하여 나를 따라다니면서 사귄지가 오래 되었다. 배군이 나에게 와서 말하였다. 우리 9대조 할아버지 처사 휘 한문공(漢文公)께서 이 고장에 들어와 산지가 오래 되었다. 후손들이 미미하여 인물도 나지 않고 가난하였기 때문에 재실을 지어서 자기도 하고, 종친회도 하고, 자손의 교육장소로 사용하려고 하였으나 힘이 부족하여서 재실을 짓지 못하였다. 오늘날의 세상풍토는 옛날과 달라서 서구의 풍조가 범람하여 우리 동방 수천 년의 미풍양속을 짓밟아 버렸다. 사람의 마음과 정이 엷어지고 박절하게 되어 조상을 위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예를 추구하고 이해관계에 급급하여 살아가고 있다. 뜻있는 선비들은 이런 세태에 가슴아파한다. 이번 봄에 여러 일가들과 의논하였다. 그리고 각자 자기의 힘닿는 데까지 성금을 거출하여 약간의 재물을 모아서 9대조 할아버지를 위하여 집 하나를 지었다. 문간과 집 정도는 지었지만 훌륭하지는 않고 겨우 면모만 갖추었다. 그리고 이름하여 세모재라 하였다. 선생님께서 기문을 하나 지어 주십시오 부탁하기에 내가 글이 짧은 연유로 오랜 시일이 걸려서 겨우 하나 지었다. 이르기를 “후손이 조상을 위하여 재실을 짓고 제사를 모심은 그 모두가 조상을 섬기고 추모하는 근본 마음과 정성에서 나온 것이다. 봄비와 봄 이슬이 내리면 군자들은 삼가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가을 서리와 가을 이슬이 내리면 군자는 슬퍼하는 마음을 가진다. 무릇 이 두 가지 감정을 오래도록 간직하여 잊지 아니 하여야 할 것이다. 재실에 머물때에는 목욕재계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지극한 정성으로 시제(時祭)도 모시어야 한다. 친족간에는 두루 화목한 마음으로 서로 찾아보고, 선조들의 아름다운 행실과 맑은 덕을 사모하여야 한다. 조상의 덕성스러움을 잘 이어받아 닦아서 조상을 욕되게 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마음과 행실이 조상을 추모하는 본래의 근본 도리를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 재실을 처음으로 만드는 뜻에도 부합될 것이다. 어찌 서로 힘쓰지 않을 것인가.”라고 하였다. 서기 1985년 을축 월 일 (단기 4318年 乙丑 月 日) 진산 하동근 짓고 오천 정직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