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절 문화ㆍ인물 1. 효당과 곤양 다솔사(昆陽 多率寺)   남해 고속도로에서 광양ㆍ여수쪽으로 가다 보면 사천시 곤양면이 나온다. 곤양에서 다솔사역으로 가는 길에서 2km정도 작은 길을 따라가면 다솔사라는 절이 나오는데 다솔사는 사천이 자랑하는 작설차(雀舌茶) 유적지의 대표적인 곳이다. 다솔사는 역사적으로도 유서 깊은 곳이다. 다솔사는 한국 명차의 고향이며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의 산실이기도 하다.   신라 지증왕 4년 화엄사를 창건한 인도승려 연기조사가 이 절을 창건했는데 영악사(靈岳寺)라 불리다가 선덕왕 5년(636년)에 2동을 더 건립하여 다솔사라 개칭하고 문무왕 16년(676) 의상대사가 영봉사(靈鳳寺)라 부르다가 경문왕 때 도선국사가 4동을 더 건립하여 다시 다솔사로 개칭했다. 연기조사, 의상대사, 도선국사가 모두 이름 난 차승(茶僧)들이다. 이 시기에 차 씨앗을 심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솔사 뒤 봉이 운다는 봉명산(鳳鳴山) 주위에는 지금도 차나무가 즐비하다. 다솔사가 명실공히 한국의 차절(茶寺)로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은 효당 최범술(曉堂 崔凡述 1904~1979) 주지(主持) 때 부터였다.   1904년 다솔사 앞 마을에서 태어나 1979년 7월 9일 75세로 타계한 효당이 우리나라 차 문화에 끼친 영향은 실로 크다. 13세 때 다솔사에 머리를 깎고 해인사 환경(幻鏡)에게 수계했다. 16세 때 일본으로 유학가 와세다 대학 불교학부를 나와 다솔사에 정착하고부터 지난 77년 다솔사를 나올 때까지 약 60년을 다솔사와 인연을 맺은 셈이다.   효당과 차와의 인연은 이 절에 머물러 차에 조예가 깊던 경북의 청송골 노인(당시 66-67세)으로부터 어린나이에 차를 배웠고 그 후 일본에서 생활화 됐다고 보고 있다.   일제시대 때 한국인을 얕잡아 보던 일본인 고관들이 다솔사를 자주 찾았던 것도 효당의 차에 대한 매력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효당을 아는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의 모태는 바로 다솔사였다고 거침없이 말 하는데 한용운, 김범부, 김범린, 변영만, 변영노, 변영태, 박영희 등 기라성 같은 독립 운동가들이 다솔사를 출입하였다.   효당은 말년에 자신이 어렸을 때 나이 많은 승려로부터 들은 구전(口傳)을 즐겨 얘기했다.   다솔사 작설차의 풍미(風味)가 하동 화개차 보다도 나았고, 구례 화엄사차 보다도 나았으며 심지어 그것을 실험까지 했다는 것이다. 똑같은 조건과 물에다가 쇠고기 조각을 각각의 차에 넣어 달여 본 결과 화엄사차는 그 살점이 단단하고 화개차는 약간 부드러우며 다솔사차는 허물허물 물러져 그 모양이 없어질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다솔사차의 우량함을 보인 좋은 예가 된다. 그러나 이는 차의 질이 최고라는 점보다는 정약용의 음다흥국(飮茶興國)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스스로 다솔사의 상품차를 반야로(般若露)라 하고 다음 등급을 반야차(般若茶)라고 이름을 짓기도 했다.   󰡔한국의 차문화󰡕를 펴낸 김운학(82년 타계)박사는 “효당의 다통(茶統)을 일본식이라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의 다통에 설사 그런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오늘 우리 차를 이 만큼 인식 시키게 하는데 절대적인 공로가 있다.”라 하고 “오늘날 우리차에 관심이 높아지고 국가에서까지 전통차를 찾고 조사하게 된 것에 큰 힘을 준 것도 효당이었다.”라고 했다. 효당은 차 문화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한국 현대 불교계와 차문화계에 효당이 끼친 영향은 실로 크다. 효당은 일제 하에 민족정신으로 다솔사를 지키면서 독립운동의 산실을 만들었다. 그 때 효당을 중심으로 다솔사에는 한용운, 김범부, 김범린, 변영만, 변영노, 변영태, 박영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쟁쟁한 지성인이 모였다. 효당은 이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야생차 씨앗으로 다솔사 후원에 훌륭한 다원(茶園)을 조성하여 손수 ‘반야로’란 명차를 제다(製茶)하여 차 문화 보급에 선구적 역할을 하였다. (출처 : 현암 최정간 도예가, 찻그릇 역사기행(20) 2000/08/11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