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프고 무릎 쑤시는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자!
김경수/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개발연구원
(☎ 031-299-0472) kks@rda.go.kr
농사일을 하면 허리 아프고 무릎 쑤시는게 당연한 일일까?
우리나라 농업인의 10명 중 9명은 허리통증, 무릎 쑤심, 어깨 결림 등을 호소하고 있지만, 농사일을 하면서 이렇게 아픈 것이 사실 당연한 일은 아니다. 쉬운 일을 아니겠지만 농사일을 하면서도 안 아플 수도 있다. 안 아플 수 있는 방법, 즉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근골격계 질환이란 뭘 말하는 걸까?
말 그대로 근육, 뼈, 관절부위의 과도한 사용으로 생기는 만성적인 질환으로 흔히 어깨 결림, 허리통증, 무릎관절염, 신경통이라고 불리는 질환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근골격계 질환은 한번 생기면 쉽게 치료가 되지 않아 치료·요양시의 비용과 장기간의 노동력 손실이 막대하여, 선진국의 경우 근골격계질환을 예방·관리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타산업의 경우에도 최근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예방·관리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근골격계 질환은 왜 생기는 걸까?
우리 몸의 근육과 뼈마디를 반복적으로 무리하게 사용하게 되면 근육이나 혈관, 신경들에 손상이 생기게 되어 근골격계 질환이 생기게 된다. 이는 주로 불편한 자세, 반복적인 동작, 과도한 힘쓰기, 국부/전신 진동, 정적인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 등에 의해 발생하며, 그 밖에도 오랜 작업시간, 부족한 휴식시간, 빠른 작업속도, 춥거나 더운 환경, 정신적 부담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농업인들에게 근골격계 질환이 더 심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근골격계 질환은 타 산업 분야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주된 사업재해 중의 하나이나, 그 중에서도 농업은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성이 가장 농후한 산업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통계적으로도 우리나아 농업인이 비농업인에 비해 근골격계 질환이 2.4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이는 농작업의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 대부분의 산업장은 한두가지의 위험요인에 집중되어 노출되어 있는 반면에, 농업인의 경우 한사람이 여러 가지 농작업을 수행하게 됨으로써 다양한 위험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며, 작업자 위주가 아닌 작물 위주의 작업 환경으로 인해 위험수준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 이처럼 작물생육에 맞추어지는 무리한 작업자세, 협소한 작업공간, 변화되는 온열환경, 과도한 작업시간 및 부족한 휴식시간, 피로누적, 심리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위험도가 증가하게 된다.
근골격계 질환을 일으키는 농작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부분의 농작업의 경우 근 골격계 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위험한 작업을 크게 4가지로 말한다면 1) 불편한 자세를 반복하는 작업, 2) 불편한 자세를 계속 정적으로 유지하는 작업, 3) 과도한 힘쓰기를 반복하는 작업 4) 진동이 있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농작업이 넷 중에 하나에는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농작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위험한 자세는 허리를 깊이 숙이거나 비틀기, 무릎 쪼그리기, 한쪽다리에 중심두고 서기, 팔을 머리높이 정도로 높게 들기, 목을 젖히거나 비틀기, 속목을 숙이거나 비틀기 등이 있다. 농작업의 경우 이러한 위험한 자세를 취하면서 신체 일부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팔, 손, 허리 등) 신체 일부분은 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허리, 목, 다리 등) 위험자세+반복+정적유지가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 또한 수확물이나 농자재에 의한 중량물 들기가 많고 삽질, 망치질, 농기계운전등으로 과도하게 힘을 쓰는 경우가 많으며, 예취기, 관리기 사용시의 국부진동과 승용 트랙터, 경운기 사용시의 전신진동에 의한 손이나 허리부분의 위험이 있다.
농작업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위험한 몇가지 자세에 대해 위험은 낮출 수 있는 작업 방법을 알아보자.
*쪼그려 앉는 자세
쪼그린 자세는 척추 및 무릎관절에 과도한 압력을 주게 되어 허리통증이나 무릎연골 손상을 가져오게 되며, 엉덩이, 발목까지도 영향을 준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엉덩이를 걸칠 수 있는 낮은 의자를 사용해야 하며, 높이나 크기가 다양한 시판 작업의자를 작업자에 맞게 골라서 사용하도록 한다.
*허리를 깊게 숙이는 자세
허리를 60도 이상 숙이는 자세를 지속하거나 반복하게 되면 척추에 무리가 오게 된다. 허리 숙임을 줄이기 위해서는 작물키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이동식 작업의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의자사용이 불가능할 때 경우에는 허리를 펴주는 자세와 체조를 작업 중간에 자주 취해 주어 반드시 요추 피로를 풀어주어야 한다.
*한쪽다리에 중심을 싣은 자세
한쪽다리에 중심을 두고 서면 한쪽 다리에만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며 양쪽 다리간에 비대칭을 유발하게 된다. 짝다리를 피하려면 높이조절 의자를 사용하여 앉아서 작업하거나 먼거리 작업을 피해야 한다.
* 두 팔을 높이 들어올리는 자세
과수와 같이 키가 큰 작물 재배시 대부분의 작업에서 나타나며, 허리와 목 젖힘이 수반되어, 어깨, 허리, 목 통증이 함께 온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작물 높이를 맞추는 것이며, 현 수준에서 위험을 감소시키려면 이동공간이 넓고 안정성이 높은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 팔 뻗기를 대체할 수 있도록 손잡이가 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팔을 멀리 뻗는 자세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팔을 멀리 뻗을 경우, 서서 팔을 높이 들어올리는 것과 똑같은 어깨부담이 올뿐만 아니라 목, 허리, 무릎, 발에도 부담이 더해지게 된다. 팔을 멀리 뻗는 자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두둑폭을 좁히고 먼 거리 작업의 경우 무리하게 팔을 뻗지 말고 자리를 옮겨서 작업해야 하며, 팔 뻗음을 대신할 수 있는 손잡이가 긴 보조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거운 물건 들기
수확물이나 비료들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취급하면 척추에 부담이 간다. 운반시 되도록(두발바퀴 이상)나 레일을 사용하도록 하며, 수동 운반시에는 다음과 같은 안전수칙들을 지킨다. 몸에 최대한 밀착시켜 운반해야 하며, 무거운 물건을 몇 개의 가벼운 물건으로 나누는 것이 좋고, 잡기 쉬운 손잡이가 붙어있는 운반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바닥에서 끌때에는 앞에서 끌기보다는 뒤에서 밀도록 하며, 바닥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때는 허리를 굽힌 자세가 아닌, 반드시 무릎을 굽혀 앉은 자세에서 몸에 최대한 밀착시켜 다리의 힘으로 들어올린다.
근골격계진환 예방방법(휴식, 운동 등)
*휴식
오랜작업 후에 긴 휴식보다 작업 중 짧은 휴식을 자주 취하는 것이 피로회복에 훨씬 유리하다. 농번기에는 무리한 작업을 3일 이상 연속하여 일하는 것을 피하고, 농가에서도 정기적인 휴일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체조·운동
작업 중간중간에 힘든 부위를 풀어주는 체조를 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 작업 후에도 기존에 개발된 피로회복체조를 이용하여 피로부위를 풀어주고 관련 근육을 강화해주는 운동을 하도록 한다.
*작업방식
신체가 같은 자세는 같은 동작을 오랫동안 지속·반복하지 않도록 의도적인 노력을 하도록 한다. 가능하면 작업자세를 자주 바꾸어주고, 쉬운 일이라도 같은 일은 계속 반복하는 일 말고, 다른 종류의 일과 번갈아 하도록 하여 같은 부위에 지속적인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한다.
*작업환경개선
운반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고랑폭을 늘려주고, 팔이 두둑 가운데 지점에 자연스럽게 닿을 수 있을 정도로 두둑폭을 줄여주어야 하며, 시판되는 다양한 작업의자, 좌식선별대, 기타 다양한 작업도구를 사용하여 신체부담을 줄인다.
농작업의 경우 작물 자체의 변형을 가하기가 어려워 위험요인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지만, 각종 보조도구의 사용이나 작업방식의 개선으로 상당 부분 근 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작업중 휴식과 작업체조를 열심히 하여 같은 동네, 같은 작목의 다른 농민들과 달리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였던 분들, 자기만의 작업방식이나 도구를 개발해서 작업을 좀더 편하게 하는 농업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는 일,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일이다. 일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만의 해결방안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그 작업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제일 좋은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경우가 더 많다. 늘 하던 방식대로 농사를 짓기보다 어떻게 해야 내 몸을 안 아프게,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를 한번더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농업인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