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십이월령 십이월은 계동이라 소한대한 절기로다 설중에 봉만들은 해저문 빛이로다 세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고 집안의 여인들은 설빔의복 장만하고 무명명주 끊어내어 온갖무색 도려내니 자지보라 송화색에 청화갈매 옥색이라 일변으로 다듬으며 일변으로 지어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렸도다 입을 것 그득하고 먹을 것 장만하세 떡쌀은 몇말이며 술쌀은 몇말인고 콩갈아 두부하고 메밀쌈 만두빚소 세육은 계를 믿고 복어는 장에사서 납형날 창에묻어 잡은꿩 몇마린고 아이들 그물쳐서 참새도 지저먹세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대추 생율이라 주준에 숨들이니 돌틈에 샘소리 앞뒷집 타병성은 예도나고 제도나네 새등잔 새발심지 장등하여 새울 적에 웃방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세배하는구나 어화 내말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종년근고 한다하나 그중에 낙이 있네 우으로 국가봉용 사게로 제선봉친 형제처자 혼상대사 먹고입고 쓰는 것이 토지소출 아니러면 돈지당 어이할고 예로부터 이른말이 농업이 근본이라 배부려 선업하고 말부려 장사하기 전당잡고 빚주기와 장판에 체게놓기 술장사 떡장사며 술막질 가가보기 아직은 혼전하나 한번을 뒤뚝하면 파락호 빚구러기 사든곳 터도없다 농사는 믿는 것이 내몸에 달렸으니 절기도 진퇴있고 연사도 풍흉있어 수한풍운 잠시재앙 없기야 하랴마는 극진히 힘을들여 가솔이 일심하면 아무리 살년해도 아사를 면하나니 제시골 제시키어 소동할듯 두지마소 황천이 자인하사 노하심도 일시로다 자네도 헤어보아 십년을 가령하면 칠년은 풍년이요 삼년은 흉년이라 천만가지 생각말고 농업을 전심하소 하소정 빈풍시를 성인이 지었느니 이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 이글을 자세히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