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지난 주말에 집 밖으로 빠지는 하수 배수가 막혀 마당으로 하수가 넘쳐흘렀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스스로 뚫어보려고 했지요. 점점 더 긴 도구를 찾아가며 열심히 작업해 보았지만 조금도 진척이 없었습니다. 추석 명절이 코앞이라 가족들이 모두 모여 지낼 터인데 예삿일이 아니었죠. 가까이 있는 형제자매들도 와서 너도나도 한 번씩 시궁창 진흙을 묻혀가며 여러 번 힘을 써 봤지만 역시나 별다른 기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월요일을 기다려 일반 업체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오신 사장님도 오래된 주택에 돌로 얼기설기 쌓여진, 정확히 어디로 연결되는지 가늠할 수 없는 하수도 모양새를 보고는 인상을 쓰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습니다. 그러고는 이곳은 포기하고 다른 길로 새로운 하수도를 내는 수밖에 없겠다고 그러면 공사비가 엄청 많이 들 거라는 말만 남기고 가셨습니다. 걱정은 첩첩산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일단은 흘러넘쳐 고여 있는 오수를 퍼내고 보자고 청소를 시작하였습니다. 한참을 퍼내고 한숨 돌리려는 찰나, 긴 시간 내가 무슨 일을 했냐 싶게 시간이 되감기 된 듯 오수가 이전 상태 그대로 다시 돌아와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선뜻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배수가 되지 않는 것을 '우리집 문제'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집 하수가 우리집으로 역류하였고 이로 인해서 막힌 지점이 우리집이 아닌 다른 곳임을 짐작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방으로 이웃집에 둘러싸인 우리집의 위치를 고려해 볼 때 방금 역류한 이 하수가 어느 집 하수인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집 저집 탐문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설사 어느 집인지 알아낸다 해도 피해를 당하는 쪽은 우리여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하듯 여전히 해결 과제도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시청에 민원을 넣어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민원을 접수시킨 때가 곧 퇴근시간이라 빨라도 내일은 되어야 연락이 올 줄 알았습니다. 그 저녁에 바로 올 거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일반 민원 서비스에 대해 주위에서도 그다지 좋은 소리 들은 기억이 없어 긴급 출동 서비스에 조금 놀랐습니다. 업무 특성상 근무시간이 대중없다고는 하셨지만 늦은 시간임에도 여유롭게 현장을 파악하시고 하수도 상태가 열악하여 문제는 크지만 대공사를 해야 할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며 여러 가지 해결 방법을 친절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특수 장비 차가 와서 일단 큰길에 접한 이웃집에서 우리집까지 최단 경로로 하수도 청소를 하여 고여 있던 오수는 제거되었습니다. 그러나 막힌 부분이 뚫린 것은 아니었는지 다음 날 다시 역류하였습니다. 추이를 보러 오셔서 주변 지리를 다시 면밀히 살피고 대책을 세워 수요일 아침 작업이 재개되었습니다. 한 사람 드나들기도 어려운 좁디좁은 양쪽 담벽 사이에 꼭꼭 숨어있는 하수도에 다시 장비 차를 가동시키고 얼마쯤 후 다행히 뚫렸다는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도랑으로 된 옛날 하수도라 작업이 상당히 힘들고 어려웠음에도 수작업으로 마무리도 꼼꼼히 잘 해주셨습니다. 궂은일 하시는 분들인데 사업소 담당자님과 업체 사장님, 직원분들도 참 밝게 일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가 진심으로 우러나왔습니다. 계장님도 나오셔서 마지막 현장 점검도 해 주시네요. 하수도를 개선시키기에 난감한 조건인 줄은 알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힘 써 주실 것을 믿어봅니다.
도움주신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추석명절 풍요롭게 보내시구요. 덕분에 저희집도 추석명절 가족들 모여 즐겁게 보낼 수 있게 되었네요. 참 고맙습니다. ^^